요즘은 자꾸 옛날의 이야기들이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이를 두고 우리는 레트로라는 단어로 표현을 하죠.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에 다시 활용하는 겁니다. 현대적 관점의 재해석이 더해진다면, 뉴트로라는 용어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재해석이라는 게 그리 어려운 건 사실 아닙니다. 현 시점에 다시 출시했다면, 현 시점에 대한 시장 파악이 이뤄졌을테니 충분히 재해석이라고 할만 하죠.
사례도 많아집니다. 티피코시처럼 다시 론칭되어 대중들을 만나는 경우도 있고요, 할매니얼 트렌드 처럼 전반적으로 레트로를 지향하는 코드들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둘리" 도 레트로 감성 가득한 메인 포스터를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트렌드가 된 것이죠.
그리고 이제는 심지어 모기 매트로 레트로를 지향합니다. 최근에 나왔던 홈매트의 한정판을 보면 그렇습니다. 홈매트는 출시 40주년을 기념해 ‘레트로 홈매트’ 를 선보였었습니다. 이 제품은 초기 디자인을 그대로 구현했습니다. 당시 로고와 서체를 사용했으며 ‘매트매트 홈매트’라는 광고문구, ‘너구리 삼형제’로 불렸던 캐릭터도 똑같이 살렸죠. 그야말로 그 때 그 감성 그대로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레트로가 트렌드를 리드하고 있습니다. 마케팅의 한 방식이라는 점도 확실해 보이는데요, 그렇다면 여기서 본질적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왜 이렇게 레트로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 걸까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감정적 경험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에게는 새로운 경험입니다. "이런 것도 있었어?" 라는 색다른 경험의 일부죠. 약간 촌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흥미로운 그 감성을 새롭게 느낍니다. 경험해본 세대에게는 반가운 경험입니다.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반갑고 익숙하죠.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나는 것도 흥미롭지만, 익숙한 재미에 반응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겁니다. 이렇듯, 경험 유무와 상관 없이 특정한 감정적 경험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마케팅에 활용할만한 부분이 충분하죠.
마케팅에서는 사실 이런 감정적 경험을 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광고는 대중들이 딱히 좋아하는 대상이 아니거든요. 자신이 관심있는 브랜드나 제품에 대한 광고는 그렇지 않겠지만, 대부분의 광고는 넘어가야 하는 대상입니다. 즉, 감정적 경험을 주기도 전에 "스킵" 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니 레트로가 주는 효과는 생각보다 더 의미 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 스킵의 빈도를 줄일 수도 있을테니 말이죠.
또다른 한가지는 "경제력" 입니다.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인가 싶으실텐데요, 이렇게 이해하시면 좋습니다. 레트로 코드에 반가움을 느끼는 세대는 과거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겪었습니다. 지금은 중장년층이 되어 사회 활동을 하고 있을텐데요, 과거보다는 조금 더 나은 경제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정말 사고 싶은 게 있다면, 적정 범위 내에서는 한번쯤 살 수 있는 경재력이 생긴 것이죠. 이렇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라는 게임기가 있다고 생각해보시죠. B라는 사람은 어릴때 이 게임기가 정말 가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사지 못하고 넘어갔어요. 그런데 40대에 접어들어 이 게임기가 레트로 바람을 타고 재출시가 된 걸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가격도 너무 비싼 편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B는 A게임기를 구매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겁니다.
이런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에, 레트로는 꺼내드는 시도 자체로 마케팅이 될 수 있어 각 분야에서 주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레트로는 마케팅에서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모두가 과거로 돌아갈 필요는 없겠지만, 활용 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한 번쯤 아이디어 측면에서 접근해 봐도 좋을 겁니다. 과거는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지금 레트로가 그런 메시지를 전합니다.
사진/워터홀컴퍼니, LF, 홈매트
글/노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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