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에 상금이 걸렸다. 매일 같이 하루 세끼를 먹으며 단련해온 미각으로 상금을 타낼 기회가 생긴 것이다. 필자 역시 세끼, 아니 세끼 이상(!)을 먹으며 갈고 닦아온 미각이기에 관심을 멈출 수 없었다.
세계적인 스낵 브랜드 프링글스가 제품의 맛을 공개하지 않은 채 신제품을 출시하고, 소비자들이 직접 맛탐정이 되어 맛을 추리해 맞혀볼 수 있게 하는 ‘프링글스 왓츠 더 플레이버 캠페인’을 진행한다.
프링글스는 캠페인 기간 동안 캠페인 공식 사이트와 프링글스 공식 SNS 채널을 통해 왓츠 더 플레이버의 맛을 추리하는데 도움을 주는 재미있는 힌트 영상을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이 힌트를 바탕으로 신제품을 맛보고 본인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맛을 캠페인 공식 사이트에 응모하면 된다. 왓츠 더 플레이버 맛을 정확하게 맞춘 정답자들에게는 총 1,000만원의 상금이 분할 지급될 예정이다.
프링글스가 절대 미각을 찾고 있는 이유는 뭘까?
여러가지 측면이 있겠지만, 필자는 "펀슈머" 의 존재감에 주목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펀슈머, "펀" 해야 소비하는 트렌드를 이끄는 소비자들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재미" 란 꼭 웃긴 것들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재미 없는 게 아니라면 다 "재미"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자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거나 흥미진진하게 참여를 부르거나, 혹은 기존과는 다른 생경함으로 낯선 감각을 일깨워도 다 재미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이유가 생겨야 소비한다. 이런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우리는 펀슈머라고 표현한다.
펀슈머로 생각해봐야 할 건, 단순히 재미를 주자는 흥미의 측면이 아니다. 좀 더 본질적인 측면을 파고 들어서 소비가 주는 즐거움을 여러가지 측면으로 느끼고 싶어하는 현 트렌드의 소비자 성향을 읽어야 한다.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얻고 싶어하는 편익이 다소 단순했다. 실제로는 다양한 편익을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편익을 표출하거나, 제시할 만한 공간이 부족했다. 그러니 소비 자체로 얻는 가시적 즐거움에 만족해야 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의사소통 구조는 다소 수직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대부분은 생산자가 소비자보다 윗쪽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소비자와 생산자는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며 역동적인 소통을 벌이고 있다. 원하는 게 있으면 의견을 전하고, 그 의견에 따라 생산자들은 소통을 시도한다. 사실 펀슈머들이 원하는 즐거움의 범주는 꽤 다양하다. 각자 즐겁다고 느끼는 순간이 다를 수 있다. 취향과 기호가 모두 다르니 말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소비자들은 소비를 통해 다양한 편익을 얻길 원한다. 가시적 즐거움 뿐만 아니라 본인의 취향에 따른 감정적 만족감도 얻길 원하는 것이다. 펀슈머의 존재감은 이런 현실 속에서 더 힘을 얻었다. 말할 공간이 있고, 표현할 플랫폼이 있으니 더 적극적으로 재미있는 감정적 측면을 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펀슈머를 단순히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 성향으로 이해하지 말고, 소비를 통해 다채로운 만족감을 얻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대표되는 트렌드의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이시대는 개인을 존중한다. 그리고 열려있는 플랫폼을 통해 각자의 이야기와 취향이 적극적으로 공유되고 있는 세상이다. 펀슈머들이 추구하는 재미도 다양해질 것이다. 그만큼 기업은 소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편익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 프링글스의 절대 미각 찾기는 어쩌면 이런 트렌드 속에서 다양한 감정적 만족감을 주고자 하는 기업의 고민 속에서 탄생한 소통법일 수 있다.
소통해야 한다. 소통 속에서 발견한 재료들을 가지고 소비의 다양한 재미를 만족시킬 수 있게 움직여야 한다. 필자는 소비에도 무척 다양한 스팩트럼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 스팩트럼을 최대한 읽어낼 줄 알고, 또 표현할 줄 아는 기업이 소비자의 트렌드를 선도할 것이다.
사진/프링글스
글/노준영, 인싸의 시대, 그들은 무엇에 지갑을 여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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