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쓰리" 가 "싹쓸이" 했다.
90년대 감성을 표방하며 이효리, 유재석, 비의 부캐로 구성된 싹쓰리는 '다시 여기 바닷가' 로 음원 차트를 싹쓸이하며 힘을 과시했다.
음악이 좋았던 이유도 있겠지만, 트렌드적 관점에서 바라볼만한 요소도 많다. 그래서 필자는 싹쓰리의 인기를 트렌드적인 시각으로 간단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물론, 싹쓰리는 출발지점이 유리하긴 했다. 요즘 같이 홍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TV프로그램을 통해 꾸준히 노출됐고, 기사도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대중들이 많이 인지한 상태에서 음원을 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어드밴티지로 작용했다는 점은 부인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지점을 채워주는 게 바로 트렌드적 관점 아니겠는가?
부캐 열풍을 먼저 고려해보자. 멀티 페르소나로 촉발된 다양한 인격에 대한 논의도 좋겠지만, 대중 입장에서 바꿔 생각해보면 그만큼 대중들이 원하는 게 많아졌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다양한 걸 원하는 건 아니다. 취향에 따라 각자 말하고 싶은 소재들이 다양해진 것이다.
부캐란 이런 소망들을 반영한 것일수도 있다. 누군가는 특정 인물이나 브랜드에 기대하는 게 A일수 있지만, 또다른 사람은 B일수도 있는 일이다. 그만큼 다양한 취향과 시선을 인정하는 분위기라 이런 소망을 드러내는 게 어색하지도 않다. 부캐라는 시점에서 다양한 걸 시도하는 건, 대중들의 취향을 그만큼 만족시켜주는 일이 될 수 있다. 싹쓰리로 구현된 부캐는 이효리, 유재석, 비에게 기대했던 새로운 모습일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대중들의 취향이 다양해졌고, 이를 충족시키려는 노력은 곧 소통과 지지로 이어진다. 싹쓰리의 인기는 그런 노력에 대한 보상일 수도 있다.
여전히 뜨거운 레트로도 주목하라. 레트로토피아, 현재가 불확실할 수록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과거를 미화하고 돌아가려는 경향을 보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불확실성은 레트로에 대한 관심을 더욱 끌어올 가능성이 있다.
포스트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과거보다 불확실하다. 경쟁도 치열해지고,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에 시달린다. 이런 불확실한 마인드는 레트로에 대한 향수를 건드리는 기폭제가 된다.
컨텐츠와 상품 입장에서는 레트로가 안정적인 기반이다. MZ세대들은 호기심과 새로움에 대한 가치를, 기성세대들은 익숙함에 대한 반가움을 찾는다.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싹쓰리 열풍을 보며 우리는 부캐와 레트로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알고 가야 한다. 부캐를 통해서는 대중들의 다양한 취향의 논의를 챙기고, 레트로를 통해서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소통에 대한 가능성을 느낄 필요가 있다.
"싹쓸이" 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게 성공의 방식이고, 대중들에게 받은 지지의 방식이니 말이다. 그걸 위해 취향의 다변화와 레트로의 주목하라. 뜨거운 응답의 계기는 의외로 쉬운 곳에 있을 수도 있다.
사진/놀면 뭐하니?, MBC
글/노준영, 인싸의 시대, 그들은 무엇에 지갑을 여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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