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맛 첵스가 16년의 기다림 끝에 출시됐다.
사연은 이러하다. 2004년 농심 켈로그는 시리얼 첵스 홍보를 위해 투표 이벤트를 열었다. 초콜릿 맛 첵스 캐릭터 ‘체키’와 파맛 첵스 캐릭터 ‘차카’를 후보로 내세워 초코왕국 대통령 선거를 하는 이벤트였다. 체키는 초콜릿 맛을 더 진하게 하겠다는 공약을, 차카는 파맛을 넣겠다는 공약을 냈다. 농심 켈로그는 당선된 후보의 공약에 따라 실제 제품을 만들겠다고 하며 투표를 독려했다.
당시 농심 켈로그의 의도는 체키를 홍보하는 거였다. 하지만 이 의도와는 반대로 네티즌들이 차카가 이기면 진짜 파맛 첵스가 나오는지 보자며 차카에게 몰표를 줬다. 각종 이슈를 만들었지만, 결국 파맛 첵스는 출시가 불발됐고 네티즌들은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후 16년동안 끊임없이 출시 요청이 이어져오며 결국 첵스가 응답했다.
새우깡 챌린지도 응답의 결과다. 비가 "깡" 으로 열풍을 일으키자 네티즌들이 깡이라는 단어에 착안해 새우깡 모델로 비를 추천했고, 결국 응답해 모델로 발탁됐다. 여기에 챌린지까지 더해 대중이 만든 모델이라는 점을 더 부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대중 사회다. 진정한 의미의 대중 사회가 우리 눈앞에 색다른 결과물들을 선보이고 있다. 과거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모델을 추천하고, 상품을 내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하는 상황들이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실제로 대중들의 요청에 따라 많은 상황들이 벌어지는 중이다. 기업은 이 상황을 하나의 홍보로 인식하며 사례도 더 많아지고 있다.
사실 대중 중심의 사회를 말하는 "대중 사회" 는 이미 한참 전에 열렸다. 참정권이라는 단어와 함께 대중들이 사회 전면에 나서며 등장한 개념이니 말이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대중사회는 아니었다. 대중들의 목소리를 낼 창구가 많이 부족했고, 반영되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자본과 힘이라는 과거의 논리를 벗어나 새로운 플랫폼들이 등장해 여론을 형성하고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다. 기업이 대중들의 목소리를 듣고 알 수 있는 방법이 매우 다양해졌다는 뜻이다. 열심히 의견을 내고 있음에도 아예 듣지 않는 건 불통을 상징할 수 있다. 즉, 지금은 기업이 대중들의 이야기를 듣는게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손해볼 게 없다. 대중들과의 이런 이벤트들은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홍보가 될 수 있으며, 열린 기업이라는 브랜딩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소통하고 반영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챌린지' 로 대표되는 참여와 인증도 주목할만 하다. 대중들은 파맛 첵스를 각자의 방식으로 인증하며 드디어 출시됐다는 기쁨을 만끽할 것이고, 새우깡 챌린지에 참여하며 본인만의 스타일을 보여줄 것이다. 대중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구조다. 재미있으면 공유하고, 인증한다. 챌린지에 참여해 콘텐츠와 상품 자체를 즐긴다. 이런 행위의 중심은 당연하게도 대중이다.
인터넷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은 공유와 인증을 망설이지 않는다. 흥미롭다고 생각하면 공유하고 참여한다. 타임라인에 존재하는 친구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하고, 함께 즐기고자 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고 표출한다. 인증 가능한 공간과 챌린지는 대중 사회의 대중들에게 참여하고 소통하는 또다른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니, 이제는 대중과의 소통을 필수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각자의 이야기 구조에 대한 고민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대중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우리의 상품과 콘텐츠를 즐긴다. 그리고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하며 새로운 플랫폼의 시대가 주는 자유를 논하려 한다. 이런 세상에서 기업은 더 많이 들으려는 시도를 이어가야 한다. 소통은 대중 사회와 함께 홍보와 운영의 기본으로 자리 잡아갈 가능성이 높다.
귀를 기울이면 답이 보인다. 이미 답을 들고 있는 건 대중이다. 적극적인 움직임이 새로운 기회를 가져온다. 대중사회가 불러온 변화에 주목하라.
사진/농심 켈로그, M2
글/노준영, 인싸의 시대, 그들은 무엇에 지갑을 여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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