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과 단군신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소재가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CU가 '단군신화 상품'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단군신화 상품 이벤트’는 고조선 건국에 얽힌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기획한 것으로 신화 속에 등장하는 곰과 호랑이, 쑥과 마늘을 각각 ‘CU 호랑이라떼’와 ‘곰표 오리지널팝콘’, ‘쑥떡쑥떡 바’와 ‘국산 다진마늘’로 재구성했다. 이들 상품을 BC페이북 QR코드로 결제하면 5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따지고 보면 쌩뚱맞다. 별다른 연관성도 없어보이고, 시의성도 딱히 발견되지 않는다. 게다가 누가봐도 끼워 맞춘듯한 구성이다. 그런데 대중이 응답했다.
CU에 따르면 '호랑이라떼'와 '곰표 오리지널팝콘'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각각 19.5%, 17.8% 신장했다. 쑥떡쑥떡 바 매출은 전월 대비 10.4%, 다진마늘도 지난달 대비 매출이 45.3%나 올랐다. 해당 이벤트의 결제 수단인 BC페이북의 이용건수도 전월 동기 대비 28.6%나 급증했다.
B급 감성의 발현이다. CU가 이 행사를 포스팅 할때 "의식의 흐름대로" 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만큼 기존 방향성과는 다른 B급의 향기가 여기저기서 풍긴다.
B급은 이제 더이상 콘텐츠의 질을 논하는 단어가 아니다. 과거에는 소위 말해 "팬시" 해 보이고, 자본이 투입된 정형화된 상품이나 콘텐츠를 A급이라고 불렀다. 반면에 저예산으로 제작되거나, 조악해보이는 느낌의 콘텐츠나 상품을 두고 B급이라는 단어를 썼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SNS와 새로운 미디어들의 등장으로 콘텐츠의 양이 늘어나고, 상품 자체도 무한경쟁 체제로 향하며 무척 많이 공급되는 상태다. 이런 현실에서 A는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던 방향성대로 제작되거나 공급되는 콘텐츠와 상품을 말하고, B는 그 방향성을 벗어난 모든 종류의 상품과 콘텐츠를 말한다. 각 미디어의 성격에 맞는 콘텐츠와 상품을 공급해야 하는 목표가 생기면서 과거보다 B급을 상징하는 이야기들은 훨씬 많아졌다.
이런 B급은 지금의 소비 트렌드와 잘 어울리는 면이 있다. 직관적이다. 공급도, 소비도 매우 직관적으로 이뤄진다. 오랜 생각과 의미 보다는 직관적으로 콘텐츠나 상품의 메시지를 전한다. 메시지는 소비자에게 바로 전달되며, 소비자는 큰 생각과 고민 없이 바로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다.
수많은 광고와 콘텐츠의 범람 속에서 메시지 전달은 점점 어려워지는 상태다. 즉, 빠른 메시지 전달은 효율성 면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범람하는 환경 안에서 빠른 속도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기에도 편한 면이 있다.
소비자에게도 좋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들을 소비하고 선택해야 하는 지금 트렌드의 소비자들은 직관적이면 좋다. 빠른 반응을 가지고 소비를 끝낸 후, 다음 소비로 가는 과정과 시간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통해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 건 단순히 생각을 하기 싫어서가 아니다. 다음 소비를 위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함이다. 또한 일상에서 마주하는 환경이 다소 불확실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콘텐츠까지 복잡해진다면 효율적인 면이 크게 떨어진다. 직관적인 방향성은 이런 현 트렌드의 소비자들에게 괜찮은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B급이 말하는 직관성은 더 각광받을 수 밖에 없다.
트렌드에 따른 소통은 B급이라는 색다른 방향성을 통해 조금 더 풍성해지고 있다. 지금 우리가 고민하는 소통의 방법도 좀 더 편한 생각과 함께라면, 좀 더 직관적인 생각과 함께하면 해답은 쉽게 나올지도 모른다. B급, 그 단어가 주는 직관적 매력에 주목하라.
사진/CU
글/노준영, 인싸의 시대, 그들은 무엇에 지갑을 여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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